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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책들에게

천재의 물리이야기

by With Bada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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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 강의 : 리처드 파인만, 서문 : 폴 데이비스 )

자연과 과학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교양으로 이 책을 접한 사람들은 최소한 용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거쳐야만 한다. 빨리 배우고 싶어도, 그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은 진리(또는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의 ‘근사적인(approximation)’서술에 불과하다. 과학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과학이란 실험을 통해서 모든 지식을 검증하는 행위이다.” 과학적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험뿐이다.

실험 물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상상력과 추리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자연법칙은 근사적 법칙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찾아낸 법칙들 대부분은 ‘틀린’ 것이고, 이것을 수정. 보완해 나가면서 ‘올바른’ 법칙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극복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실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제1 강 움직이는 원자 

물체의 질량은 속도가 빠를수록 증가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져야 질량 증가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따라서 올바른 법칙을 세우면 다음과 같다. “물체의 속도가 초속 100마일 이내일 때, 그 물체의 질량은 1/10,000% 이내의 범위에서 불변이다.” 이렇게 근사적인 형태로 서술해야 올바른 법칙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근사적으로’ 맞는 법칙들은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틀린 법칙이다. 질량의 변화가 아무리 작다 해도 그것이 완전 불변량이 아닌 한, 우리의 자연관은 완전히 달라져야 하 기 때문이다. 이것은 법칙들 뒤에 숨어 있는 자연 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극히 미미한 효과 때문에 자연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야 했던 것이다.

*원자 :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만일 기존의 과학 지식들이 송두리째 와해되는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면, ‘원자 가설(atomic hypothesis)’  만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원자론, 원자적 사실 등 어떤 말로 불러도 상관없다.) ‘원자 가설’은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작은 입자로서 거리가 어느 정도 이상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서로 잡아당기고, 외부의 힘에 의해 압축되어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낸다.’는 가설이다.

*분자 :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 자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순수한 물체의 최소 단위 

물은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즉, 하나의 산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원자가 결합되면 물의 최소 단위, 즉 물 분자가 된다. 원자들은 역동적으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을 주고받으면서 전체적으로는 ‘단단하게 뭉쳐져’ 있다. 반면에 입자들은 서로 밀착되지 않는 성질이 있다. 만일 두 개의 입자를 아주 가깝게 접근시키면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게 될 것이다.

*입자 : 원자론에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자연의 기본단위

원자의 크기를 상상해 보자. 사과를 지구만 한 크기로 확대시켰을 때, 사과 속의 원자는 원래 사과의 크기 정도가 된다. 이렇게 물방울은 서로 달라붙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입자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부피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물 분자들 간의 상호 인력 때문에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지도 않는다. 만일 물방울을 경사면에 떨어뜨린다면 아래쪽으로 흐르긴 하겠지만 도중에 분해되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물분자들이 서로를 잡아당기면서 단단한 결속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자들이 ‘떠는’ 현상은 열(heat)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온도를 높인다는 것은 곧 운동을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물을 끓이면 이 떨림 현상이 증폭되어 원자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여기서 계속 열을 가하면 분자들 사이의 인력만으로는 더 이상 결속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시점이 찾아온다. 이때가 되면 분자들은 드디어 속박 상태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게 된다. 물이 증기로 변하는 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입자들의 운동이 격렬해지기 때문에 서로를 묶어두고 있던 입자들이 자유롭게 풀려나는 것이다.

이렇게 자유롭게 풀려난 수증기를 비롯한 여러 기체들은 몇 가지 공통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결속상태에서 분리된 분자는 계속해서 벽(기체를 담고 있는 그릇)에 부딪친다. 밀폐된 방 안에 수백 개의 테니스공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공들은 영원히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공이 벽에 부딪칠 때, 벽은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힘을 받게 된다. 공의 수가 매우 많은 경우에는 벽에 부딪치는 횟수도 그만큼 많아져서 벽은 비슷한 크기의 힘을 ‘거의’ 연속적으로 받게 되는데, 인간의 감각은 한 번의 충돌과 그다음 충돌 사이의 시간 간격을 감지해낼 만큼 예민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에는 마치 벽이 연속적으로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즉, 우리는 벽에 가해지는 ‘평균 압력’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체를 용기 안에 가두어 두려면 외부로부터 일정한 압력을 가해 주어야 한다.

피스톤이 달려 있는 원통형 용기에 기체가 담겨 있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피스톤은 분자들과의 충돌로 인해 일정한 크기의 힘을 위쪽 방향으로 받게 된다. 우리는 이 힘을 ‘압력’이라고 부른다 (압력에 면적을 곱하면 ‘힘’이 된다). 피스톤에 가해지는 힘은 피스톤의 면적에 비례한다. 왜냐하면 단위 부피당 분자의 개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용기와 피스톤의 면적을 증가시키면 피스톤에 부딪치는 분자의 수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운동 : 물속에 있는 아주 작은 입자(사람의 눈으로 볼 때)를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그것은 수시로 일어나는 충돌로 인해 계속해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

용기 안에 들어 있는 분자의 수를 두 배로 늘려보자. 그러면 분자의 밀도는 아까의 2배가 된다. 그리고 각 분자들의 속도는 이전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가정하자(즉, 온도의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벽에 부딪치는 분자의 수 역시 거의 2배가 되며, 온도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으므로 용기의 내벽에 가해지는 압력은 분자의 밀도에 곧바로 비례하게 된다(여기서 말하는 분자의 밀도란, 분자 자체의 질량을 분자의 부피로 나눈 값이 아니라, 용기 내의 단위 부피 당 존재하는 분자의 개수를 뜻한다).

여기서 원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압력의 크기는 예상치보다 약간 줄어들 것이며, 실제의 원자는 점이 아니라 유한한 크기를 갖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압력은 약간 커질 것이다. 그러나 기체의 경우에는 분자의 평균 밀도가 매우 작기 때문에 ‘압력은 밀도에 비례한다’고 말해도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체의 밀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온도를 높이면(분자의 운동 속도를 증가시키면) 압력에 어떤 변화가 올까? 기체 분자는 온도를 높이기 전보다 더욱 세게 부딪칠 것이고, 또 부딪치는 횟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압력은 증가한다. 이것이 바로 원자 이론이다.

만일 피스톤을 아래쪽으로 내리눌러서 용기 안의 기체를 압축시킨다면 피스톤에 부딪히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벽을 향해 탁구공을 던져보면 이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탁구공이 튕겨 나올 때의 속도는 벽에 부딪히기 전의 속도보다 빠르다(극단적인 사례로, 정지해 있는 원자에 피스톤이 와서 부딪힌 경우에도 원자는 분명히 되튈 것이다). 따라서 일단 피스톤에 충돌한 원자는 충돌 전보다 더욱 ‘높은’ 온도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기체를 서서히 압축시키면, 기체의 온도는 상승한다. 이와 반대로, 기체의 부피를 서서히 증가시키면 온도는 내려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방울로 다시 돌아와서, 물방울의 온도를 감소시키면 물 분자의 떨림 현상은 줄어든다. 원자들 사이에는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온도가 어느 정도까지 내려가면 원자들은 더 이상 마음대로 떨릴 수가 없게 된다.

물 분자들이 새로운 배열을 찾아 정돈되었을 때, 우리는 그 상태를 ‘얼음’이라고 부른다. 얼음의 모든 원자들은 정해진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얼음의 한쪽 끝을 손으로 잡고 특정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그 힘은 수 마일이나 떨어진(현미경으로 확대시킨 규모에서 볼 때) 반대편 원자에까지 전달되어 결국 얼음조각 전체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물의 경우에는 원자들이 비교적 크게 진동하면서 자유로운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체와 액체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즉, 고체 내부의 원자들은 결정구조에 따라 규칙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한 원자의 위치와 배열 상태는 이로부터 수백만 개의 원자를 사이에 둔 저쪽 반대편에 있는 원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얼음과 비슷한 결정구조를 가진 일부 금속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질들은 녹을 때 부피가 늘어난다. 고체일 때 서로 가까이 뭉쳐있던 분자들이 액체 상태로 변하면서 더욱 많은 활동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음과 같이 빈 공간을 가진 결정구조는 액체로 변할 때 빈 공간이 다른 분자로 채워지기 때문에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다.

얼음은 분명히 고체이지만, 온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즉, 얼음도 ‘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음 속의 열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원자들은 단 한순간도 조용히 있는 법이 없다. 이들은 이리저리 떨면서 진동하고 있다. 고체에 명확한 결정구조가 있다 해도, 원자들은 지정된 위치에서 지금도 맹렬한 진동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온도를 높여주면 원자의 진폭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에는 구속상태를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얼음이 녹는다-융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온도를 점점 낮추면 진동이 점차 약해지다가 절대온도 0K(섭씨 –273℃)가 되면 최소한의 진동만 남게 된다. 이런 극저온의 상태에서도 원자는 진동을 멈추지 않는다. 원자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운동만으로는 물질을 녹일 수 없다. 단, 불활성 기체인 헬륨(He)만은 예외이다. 헬륨도 온도가 감소함에 따라 진동의 크기가 줄어들긴 하지만, 절대온도 0K인 상태에서도 얼지 않을 만한 최소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헬륨은 외부에서 원자들이 서로 짓눌릴 정도로 엄청난 압력을 가해주지 않는 한, 절대온도 0K에서도 얼지 않는다. 압력을 가해준다면 고체가 된 헬륨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하나의 분자가 다른 분자에게 얻어맞은 후,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수면 근처의 분자들은 하나씩 둘씩 공기 속으로 이주해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상황이 바로 ‘증발’이다.

우리 눈에는 왜 변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 걸까? 수면에서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분자 수만큼 물 분자들이 다시 수면으로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아무런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

만일 유리컵의 덮개를 제거하고 컵 주변의 습한 공기를 저만치 불어낸 후에 컵 주변을 건조한 공기로 대치시킨다면, 수면에서 이탈되는 분자 수는 이전과 동일하겠지만(증발되는 양은 물속에 있는 분자들의 진동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대기 중에서 다시 물속으로 흡수되는 분자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건조한 공기 속에는 물분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기 중으로 나가는 분자 수가 물속으로 들어오는 분자 수보다 훨씬 많다. 간단히 말해 물은 증발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물을 빨리 증발시키고 싶다면, 선풍기를 켜놓으면 된다.

많은 분자들 중에서 과연 어떤 놈들이 대기 중으로 증발되는 것일까? 분자가 수면을 이탈하는 이유는 주변 분자들의 인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여분의 에너지를 우연히 획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발하는 분자들은 평균치보다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물속에 남아 있는 분자들의 평균 운동 상태는 이전보다 활발하지 못한다. (분자가 수면을 이탈할 때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여분의 에너지는 인근에 있는 다른 분자들로부터 ‘빼앗은’ 것이므로 물속에 남은 분자들 중 누군가는 에너지를 빼앗긴 상태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 때 남은 분자의 에너지는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증발하고 있는 액체는 서서히 온도가 내려간다.

물론, 수증기 속의 물분자가 물속으로 침투할 때에도 수면 근처에서는 강한 인력이 작용하여 물분자의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그 결과로 물의 온도는 상승하게 된다. 증발되는 양과 흡수되는 양이 같은 경우에는 온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수면 위로 계속해서 바람을 불어준다면 증발량이 흡수량보다 항상 많게 되어 물의 온도는 내려갈 것이다. 수프를 식혀 먹기 위해 입으로 열심히 부는 것과 같다.

유리컵 주변의 공기를 갑자기 제거하여 압력을 낮추면 물속에 녹아 있던 공기분자들은 급하게 수면 위로 탈출하여 원래의 고향(공기)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이 현상은 수면 위에 거품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물속 깊은 곳-수압이 높은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위쪽으로 떠오르면, 수압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혈관 속에 남아 있던 공기가 공기방울이 되어 혈액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이는 사람에게 치명적인데, 이를 피하려면 수면 깊숙이 잠수했을 때 아주 서서히 올라와야 한다).

그렇다면 물속에 소금을 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소금은 원자들이 결정구조를 따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고체이다. 소금은 화학용어로 염화나트륨(NaCl)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해서 소금 결정을 이루는 요소들은 원자가 아니라 이온(ion)이다. 이온이란 몇 개의 전자가 초과되거나 혹은 결여된 상태의 원자를 말한다. 소금의 결정은 전자 한 개가 초과 상태인 염소이온과 전자 하나를 잃어버린 나트륨 이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체상태의 소금에는 이 두 가지 이온들이 전기력에 의해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만, 물속에 집어넣으면 물에서 전리된 산소의 음이온과 수소의 양이온들이 나트륨과 염소이온을 각각 끌어당기기 때문에 소금의 결정구조는 붕괴되기 시작한다.

물분자 속의 수소이온은 염소이온 쪽으로, 그리고 산소이온은 나트륨 이온 쪽으로 끌리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서로 반대의 극성을 가진 이온들이어서, 전기적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소금이 물속에 녹는 것인지, 물속에서 결정화될 것인지를 알아낼 수는 없다. 일부 원자들은 결정구조를 이탈하는 반면에, 다른 원자들은 다시 결정구조 속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물질이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은 사실 대략적인 서술에 불과하다. 어떤 특정 부류의 물질들만이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의 경우에는 3개의 원자들(수소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이 결합하여 하나의 분자를 이루고 있으므로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고체상태의 소금은 사정이 다르다. 소금의 결정에는 염소이온과 나트륨 이온이 6면체 형태로 배열되어 있는데, 이 패턴이 모든 방향으로 계속되기 때문에 ‘소금의 분자’에 해당되는 최소 단위를 정의할 방법이 없다.

소금이 녹아 있는 물의 온도를 높여주면 결정구조를 이탈하는 이온의 수와 되돌아오는 이온의 수가 모두 증가한다. 그러나 소금의 녹는 양이 증가할 것인지, 아니면 감소할 것인지를 예측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소금의 녹는 양 (용해도)도 조금씩 증가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감소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모든 과정들에서는 원자나 이온들이 자신의 파트너를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원자가 파트너를 바꾸고 새로운 분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들도 얼마든지 있다. 원자가 파트너를 바꾸어 결합상태에 변화가 초래되는 이러한 반응들을 통칭 ‘화학반응’이라고 한다. 이전에 다루었던 과정들은 보통 ‘물리적 과정’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들 둘 사이에는 명백한 구분이 없다.

 원자는 정말로 유별난 존재이다.
이들은 특정한 파트너와 특정 방향만을 좋아하는 등, 그 입맛이 엄청나게 까다롭다. 그리고 이들의 유별난 성향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물리학이다.

탄소원자는 결정구조 속에 들어 있다.(흔히 흑연, 또는 다이아몬드라고 부른다). 산소 분자 하나가 탄소원자에 접근하면 개개의 산소 원자들은 자신의 파트너와 작별을 고하고 탄소원자 하나와 새롭게 결합하여 멀리 달아나버린다. 이렇게 탄생한 탄소-산소 원자 쌍은 바로 일산화탄소(carbon-monoxide) 기체의 분자이며, 화학식으로 CO로 표기한다.

산소 원자끼리 혹은 탄소원자끼리 당기는 힘보다는 탄소원자와 산소 원자 사이의 인력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산소 원자가 탄소원자 근처로 접근할 때에는 에너지를 조금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산소와 탄소가 결합할 때에는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서 주변의 다른 원자들에게도 그 여파가 전달된다. 즉, 운동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바로 ‘연소’가 된다.

탄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주변에는 항상 열이 발생된다. 보통의 경우, 열은 뜨거운 기체 분자의 운동으로부터 생성되는데, 어떤 특별한 환경에서는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하여 빛이 나는 경우도 있다. 불꽃반응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탄소를 태우면(자동차 엔진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연소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지 않는다) 일산화탄소가 아주 많이 생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하여 폭발이나 불꽃반응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같은 개념으로 제비꽃이 만발한 들판에 들어서면 우리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냄새의 정체는 꽃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분자, 또는 원자의 배열이다. 냄새를 품고 있는 분자들은 공기 중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하고 또 사방팔방으로 다른 분자들과 부딪히면서 표류하다가 우연히 우리의 코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따르면 '모든 현상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며 우연적인 것은 없다.'라고 한다. 물론 '운'의 영역은 과학으로 밝혀낼 수 없었고, 지금도 밝혀내지 못한 아주 다양한 '운'의 영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은 '실력'을 '운'이라고 오판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엔지니어 입장으로서, 지금의 문제는 '운'이 아닌 지난 과거의 작은 행동 입자들이 모여 만든 '결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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